소피아 맘

병원가는 날 본문

나의 이야기

병원가는 날

데레사짱 2011. 4. 11. 20:00

아침에 돼지감자를 갈아서 아랫층에 부모님께 갖다 드리고 아버님은 병원에 가셔야하니까 쉬시라고 했건만 나가신단다.

상록학교에 사회수업이 있는 날이다.

어제가 검정고시라 이전에 수업듣던 분이 오지 않으셨다.

새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하셨다.

한시간동안 수업하고 집에 오려니 고등반에 가서 한시간만 봐달라고 하셔서 들어갔더니

정작 듣는 사람이 없다. 학생들은 뒤에서 잡담하고 엎드려 자고 계속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정말 고민된다.

국사책을 처음 펴보는데 어찌 알리요. 중학사회에서 다루는 국사지만 고등학교와 중학교 교과서는 차이가 많다. 어렵지 ㅠㅠ.

책에 집중하지 않는 이유가 그냥 읽고 넘어가서 그렇다나? 하긴 나도 잘 모르겠는데 우째 강요하겠나?

내용을 다 아니? 같이 읽고 짚어가면 머리에 더 잘들어 오는데 같이 하면 좋겠다고 해도 막무가내 계속 잡담하고 있었다.

이럴때 어떻게 분위기를 끌어가지 고민하다가 내아이가 어떠했는지 내가 공부하는 이유를 설명하니 앞에 두명만 공감하는 것 같고 말문을 연다.

어떻게 한시간이 갔는지 지루하게 느껴졌다.

집에와서 아버님 모시고 점심식사를 월남쌈으로 먹었는데 처음 먹어 본다고 하시면서 맛있게 드셨다.

소주한잔까지 곁들여서... 점심값을 주신다는데 한사코 거절했다.

이제 몇번이나 더 사드릴 수 있을까 싶어서였다. 너무 말라서 안스럽고, 열심히 다니면서 한푼 두푼 모으신건데... 이번달 부터는 내가 약값이나 병원비도 내드려야 할것 같았다.

용돈주는 이 없어서 폐지라고 주워모아 약값으로 쓰시겠다는데...

약값드릴테니 나가지 말라고 해놓고 받으면 안될것 같아서 였다. 

오후 1:40분 예약인데 시간이 지나서 선생님 뵙고 이야기를 들었다. 지난주에 해놓은 결과에 약간 문제가 있는거 같아서 다음 진료때 검사 예약을 다시 했다. 약간은 걱정하시는거 같아서 너무 일을 많이해서 그런거니까 다음에는 쉬었다가 검사하면 괜찮을 거라고 말씀드리고 두시에 공부하러 가야하는데 같이가서 밖에 기다리실건지 택시 태워 집으로 보내드릴까요? 라고 했더니 걸어 갈까 하신다. 그럼 저와 같이 가서 밖에서 산책하세요. 라고 하고 평생교육원으로 갔다. 시간이 지나 늦어서 머리 숙여 들어가서 에니어그램 나를 찾는 수업을 청강했다. 매번 하는데 가슴형이 나왔다가 장형이 나왔다가 머리형이 나왔다가 알수 없는 나를 찾기 어렵다. 끝나자 마자 나오니 차옆에서 기다리고 계셨다. 강변로에 벚꽃이 만개했을거 같아서 갔더니 벌써 떨어지고 있었다. 눈이 오듯이 꽃잎이 흩날리고 있어서 너무 멋진 모습이었다. 목이 컬컬했던지 박정희대통령이 있었을때 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아버님 생가에 가서 한잔 하실래요? 하니까 그래 볼까 하시면 반기신다. 차를 돌려 쟁가로 갔다. 막걸리 반주전자에 두부 한접시를 시키고 난 감주를 먹었다. 요즘 병에 든 막걸리와 맛이 다르다. 역시 이맛이야 하면서 기분좋게 드신다. 나도 기쁘다.

토요일날 금오산에 오르려다 차가 너무 밀려 되돌아 왔기에 금오산 꽃도 보여드리고 싶어서 형곡동 뒷길로 올라서 저수지옆으로 내려오면서 구경하시라고 했더니 이리저리 둘러보시며 아따 좋다~~ 하신다.

집으로 돌아오니 오늘 하루 구경 잘했다. 수고했데이 하시며 들어가신다.

여자는 늙어도 계모임이 많아서 어디든 잘 어울려 다니고 맛난거 먹으러 가지만 남자는 일이 없으면 온종일 집에서 텔레비젼이나 보고 누워있거나 서성댄다. 그래서 아버님은 일거리가 마땅치 않으니 폐지라도 주워서 소일거리를 만들고 계신거다. 어머님은 항상 장에 나가신다. 친구만나 술한잔씩 하고 계모임에서 관광버스로 나들이도 자주 가신다. 혼자 계시는 아버님은 식당에 가서 외식도 혼자니까 못하시니 병원가는날은 내가 고기도 사드리고 드라이버도 시켜드린다. 그래서 병원가는 날을 기다리는거 같다. 내가 같이 살기 전까지는 형님이 모시고 가든가 어머님이 모시고 가든가 그러셨는데 기동력이 있는 내차지가 되었다.

앞으로 몇번이 될지 모르지만 정성껏 모시고 다녀야겠다.

집에서는 작은아들이 배고프다며 기다리고 있었고 밥이 없어 떡라면을 끓여서 주고 나들이 갔다 온 이야기를 했더니 좋았겠네요 하며 학교에 간다고 나섰다. 딸이 유치원에서 돌아왔다. 기침이 끊이지 않아 소아과에 데려가서 진료받고 약국에 가서 약을 지어 돌아왔다. 하루가 다 갔다. 힘들었지만 행복한 날이었다.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다림에 지친 모녀  (0) 2011.05.28
4월 20일 띠엔 환영파티  (0) 2011.04.23
드림네트워크 행사장에서  (0) 2011.03.26
[스크랩] 아빠품에서 자고 싶다.  (0) 2011.03.15
눈치우기  (0) 2010.1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