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23기 수료식에 다녀와서
수료식을 얼마전부터 계속 기다렸지요.
일기가 좋지 않아 눈이라도 올까봐 걱정하면서 그런데 웬걸 전날 폭설이 내린다고
구미는 날씨가 좋아 설마 눈이 올까? 하며 오전에 새마을 봉사자 모임에 참석하고 점심먹고,
선산 성심노인복지센터 주간회의 참석해서 서류 정리하고, 어르신댁 방문해서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나니
구미에도 비가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했어요.
아들 아빠는 오산에 근무하는데 차가지고 오지 말라고 계속 눈쌓인 거리의 사진을 찍어 보내고,
시어머니도 계속 차타고 가지 말라고 계속 전화하고...
아들은 영외로 나가고 싶으니 가지고 오라고 하고 마음의 갈등이 많았습니다.
남편은 차타고 갈려면 혼자 가라고 하고 여기서 기분이 싹 나빴지요.
미끄러지면 혼자만 다치라는 말로 들렸거던요.
그래서 차는 포기하고 야간하고 들어와 자고 있는 큰아들 깨워서 태우고, 유치원에 가서 딸 데리고,
작은 아들이 사오라는 용품 챙겨서 가방에 싸고 기차역에 차를 세워 놓고
눈에 젖어도 괜찮을 옷을 입혀서 역에서 저녁을 먹이고,
아들 친구들 네명이랑 기차를 타고 서울로 갔어요.
도착하자마자 눈을 보고 딸아이가 얼마나 좋아하는지... 눈을 만지고 뿌리고 팔딱팔딱 뛰어요.
아들 친구들은 신촌에서 놀다가 아침에 신병교육대로 온다고 하고 먼저 갔고,
밤늦은 시간이라 어디로 갈까? 시동생집으로 가서 자고 갈까? 찜질방을 갈까? 모텔을 갈까?
고민을 하고 남편의 카톡에 찜방가면 소지품 조심하고 딸아이 잘 챙겨 하는 글에
모텔로 정하고 어느 역으로 가서 내릴까? 고민하다가 원당으로 정했지요.
역에 내려서 작은 모텔로 들어가 짐을 풀고 우리 세식구는 마음 놓고 잠을 잤어요.
아침에 일찍 나서자 싶어서 준비하고 나왔는데 차를 가지고 간다고 했기에 차량출입증과 초대장을 챙겨서
버스를 타고 부대앞으로 갈것으로 생각하고 탔는데 잘못타서 내려서 갈아타고 결국에는 택시를 타고
백마신병교육대대로 갔습니다.
차들이 많이 들어가고 이리 가라 저리 가라 도보로 간다고 저지를 해서 쪼매 기분을 상했지요.
안에서 한다고 혼자만 들어가라고 해서 아이를 맡기고 갈려고 하니
데리고 가셔요 한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혼자만이 아니라 다 들어와 있더라.
말 잘듣는 우리만 ㅋㅋ 딸만 데리고 들어가서 좋다고 했는데 우씨 큰아들과 친구도 들어오라 할걸...
식이 시작하기 전에 자리 배치를 보고 맨 앞이라 비집고 들어가려 해도 움직일 수가 없어서 뒤에서
자리를 잡았는데 식이 시작한다고 우루루 뛰어 들어오는데 사진찍으려 해도 순식간이라 찍을 수가 없었어요.
뒤통수라도 찍으려 했지만 잘 안보이더군요.
다행히 식이 빨리 끝나고 계급장을 달아 주라고 하기에 얼른 찾아서
아들을 보는 순간 눈물이 핑돌았어요.
사진을 찍자고 하니 아들도 눈물이 글썽이고 억지로 참는 걸 봐서 마음이 아팠답니다.
이병 계급장을 붙이고 안아주고 얼굴도 만지고 손도 잡고 토닥여 주다가 딸이 걸려서
가서 딸을 데리고 오빠한테 왔지요.
오빠 보고 싶었다고 애교를 떨어서 오빠가 웃음을 지어 보이더군요.
안고 사진도 찍고 밖에 기다리고 있던 친구들과 형을 만나러 갔는데
친구들을 안고 만세를 부르고 친구가 건넨 몽셀을 받아들고 환호성을 지른다.
나혼자 다먹어야지 하며 사서 줄거라고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았는데 이런
친구들이 고마왔다. 한통을 순식간에 다 먹어치우다니...
우리는 버스를 탄다고 생각을 못하고 계속 길에서 택시 오기만을 기다렸다.
전화를 해도 없다고 하고 연병장의 차들이 다빠져 나가도 택시를 못잡았는데
누군가 버스를 타고 가라고 해서 들어가 부대에서 준비된 버스를 탔다.
진작에 알았더라면 고생하지 않았을텐데...
일산동구청에 내려주고 4시까지 오라고 해서 얼마나 좋았던지...
신선한 공기라며 큰 숨을 몰아쉬고 친구들과 재잘재잘 5주의 교육기간 동안 얼마나 말이 하고 싶었으면
잠시도 쉬지 않고 이야기를 한다.
점심을 어디가서 뭘 먹을까? 미리 생각해둔 장소가 있었는가 보다.
일산 사는 친구가 무스쿠스로 가라고 했다며 찾아 갔고 거기서 점심을 맛있게 먹었다.
군에 있는 동안 변비가 생겨 고생이라며 오늘은 사제 음식을 먹어서 아마도 쾌변을 볼거 같다며 ㅎㅎ
친구들은 밤새 노느라 피곤했는지 밥을 먹더니 식탁에 엎드려 잠을 자고, 아들은 못한 휴대폰으로 페이스북을 하며
답을 써주고, 같이 일하던 곳에 전화해서 안부를 전하고 나서 이 얼마나 그리운 것들인지 모른다며
휴대폰 터치도 잊어 버리겠다며 너스레를 떤다.
세시가 다 되어 한접시 더먹고 나서서 아메리카노 한잔을 마시고 사진도 찍고
버스에 올라 부대로 복귀했어요.
샴푸랑 휴지를 사달라고 했는데 줄이 길어 그냥 들여보낸게 맘에 걸립니다.
시간이 좀더 길었으면 좋았을텐데 라며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버스에 올라 원당역으로 나왔습니다.
기차를 탈까? 고속버스를 탈까? 신갱이를 하다가 기차로 결정 딸이 우선권 ㅎㅎ
아빠회사 차 중앙고속 타야 되는데 혹시나 길이 미끄러울까봐 어제도 오늘도 기차이용 하다보니 쪼깨 미안함이 ㅠㅠ
구미역에 도착해서 차에 시동을 거니 밧데리 방전 되어 걸리지 않아서 보험회사 전화해서 기다리고 있는 시간이 얼마나
지루한지... 완전 액땜했다고 아들이 말한다. 서울가서 그러면 어떡할뻔 했냐고 ㅠㅠ
아들 야간조라 회사에 데려다 주고 집에 들어오니 이시간 ㅎㅎ
잘 다녀왔다고 보고합니다. 백마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