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6일 우리 어머님 부지런도 하시지
아침에 세수하는데 세면대가 붉은 물이 되었다.
코피가 뚝뚝
고등학교 다닐 때 코피 흘려서 약지어 먹은 이후로는 처음이다.
내몸을 혹사시켰나 싶기도 하고 ㅠㅠ
소피아 유치원 보내고
상록으로 갔다.
새벽까지 앉아서 문제 프린트하고 오늘 공부할 내용 보느라 잠을 못잤다.
어르신의 한글공부는 한시간 동안 문제를 같이 풀어 보는데
우리가 외국인보다는 잘 하지 않겠냐고 하시더니 별차이 없었다.
문제 풀어보는게 알기 쉽고 더 재밌다고 한다.
두시간 마치고 사회시간
사회는 어렵다.
집에서 공부해서 가르쳐도 질문하면 생각이 안난다.
현대사회에 대해서 이야기 하며 문제풀이 하는데 갑자기 백년전쟁과 장미전쟁을 물어오는데
생각이 나질 않는다. 머릿속에서 뱅뱅 어떤게 100일 전쟁과 헷갈려서 설명이 잘못되었는거 같아서
찜찜했는데 집에와서 네이버 검색하니 틀렸구나!
다음 주에 가서 다시 설명해 줘야지. 이젠 내가 헷갈리지 않겠구나 ㅎㅎ
자원봉사도 어렵다. 아니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는다.
봐도 잊어버리고 그날 지나면 백지가 되는 기분.
너무 많은 것을 넣으려니 평소에 아스팔트를 만들어 놓지 않아 힘든 걸까?
나이 젊어 머리 잘 돌아갈따ㅐ 공부하라는 말이 실감난다.
한시가 되어 마치고 부랴부랴 집으로 들어왔다.
제삿날이라 음식준비하려고 일찍 왔는데 아랫층에 내려가보니
어머님이 준비를 다 해놓고 나가셨다.
진짜 부지런한 분이다.
새벽에 내가 잠들면서 어머님 일어나셔서 전부치고, 나물 삶아 놓고, 갖가지 제삿상에 올릴 모든것들을
다 챙겨 놓았다.
일흔 다섯이면 쉬실 연세임에도 용돈이라도 벌어 쓰신다고 아침 일찍 장에 나가시고,
집안 대소사도 어머님이 다 챙기신다.
지난주 내 생일에는 올해는 국을 못끓이겠다고 하시며 오만원과 미역을 들고 오셨다.
며느리 생일을 아시는 마음만으로도 고마운데 용돈까지 주시니 ㅎㅎㅎ
음식을 하지 않아도 되서
정록이 방이랑 아래층 청소를 하고, 소피아가 유치원에서 돌아오는 시간에 맞춰
혼자 TV보고 놀게 하고, 상차릴 준비를 하였다.
밥하고 나물무치고, 조기 굽고, 탕이랑 콩나물, 어물 찌고, 밤치고, 과일 씻고 등
제삿상을 차려놓고 보니 8시 30분
어머님 들어오시고, 아버님도 오시고 소피아랑 놀면서 둘째 아들 학교서 돌아오길 기다렸다.
한시간이 지나서 정록이가 오고 제사를 지냈다.
자식없이 돌아가신 작은 할아버지제사인데 왜 어머님이 지내는지 이해가 안되었다.
"조상 받들면 너거들이 잘되잖아. 남의 집에 가서 얻어 먹는 제삿밥이 얼마나 맛있었는데" 하시며
동네 사람들과 밥 나눠먹겠다고 지내기 시작했다고 하는데 지금은 우리가족들도 다 모이기 어렵다.
남편은 오산에, 큰아들은 광주에.
큰아들은 명절에도 못온다. 일년에 한번 보기도 힘들다.
옛날이야기를 하시면서 그 땐 집안 가득 친지들이 모여 같이 지내고 나눠먹고
음식도 종일 준비했었다며 지금은 일도 아니다라고
소피아가 배가 고파 죽겠다고 빨리 먹자며 먼저 시작하고, 밥을 비벼 먹는데 꿀맛이었다.
뱃살로 가든 말든 실컷먹고나니 소피아가 졸립다고 가서 잘거라고 해서 상도 못치우고 올라왔다.
재우고 내려가서 뒷정리해야지 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먼저 잠들었는것 같다.
눈을 뜨니 아침이다.
내려가니 문이 안에서 잠겨있어 깰까봐 다시 올라와서 잠깰때까지 기다리고 있다.
우리 어머니 부지런함은 따라가지 못한다.
건강하게 오래 사시는게 바램이다.
소피아가 태어나면서 내인생도 장밋빛이다.
모든가족이 부드러워졌다. 어느 누구도 싫은소리 하지 못한다.
소피아가 좋아하지 않으니까 ㅎㅎㅎ